부동산 폭등과 투기 세력의 욕망이 만든 비정상적인 시장 속에서 여전히 수많은 세입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세입자114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 주요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은 "많은 주택의 신속한 공급"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고, 세입자의 실질적인 주거 안정을 위한 공약은 현저히 미흡합니다. 공급이 곧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 주거 안정,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거비 부담 경감,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구제와 세입자 보호, 주거 환경 개선에 관한 공약은 없거나 구색을 맞추는 정도입니다. 전국적인 전세 사기, 깡통 전세로 수 많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겪은 후에 열리는 선거에서도 세입자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공급 속도전이 벌어지는 동안 세입자의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 완화는 요원합니다. 세입자 114 창립선언문은 분양 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하더라도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도심 내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창립 당시부터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후보들의 공급 공약은 공급의 다양성, 특히 세입자와 주거 취약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있어 여전히 부족합니다.
서울시는 자치 입법을 통해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다. 주택임대차 조례를 제정해 적정 임대료·관리비 기준을 도입하고, 임대료 인상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약으로 내건 후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선거 이후라도 새 서울시장은 자치 입법을 통해 세입자 보호에 나서야 합니다.
세입자114는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점을 지금의 '다음 날 0시'가 아닌 '그날 0시'로 앞당겨, 전세사기·깡통전세에서 반복되는 '동시진행형' 사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현재 관련 입법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2025년, 우선변제권이 있는 세입자라도 임대인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보증금 반환 의무가 면책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세입자114는 채무자 구제와 세입자 보호의 균형을 요구하는 비평을 냈습니다. 아직 입법, 사법이 세입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시원·지하·옥탑·쪽방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처한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 공약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쪽방촌을 직접 방문해 열악한 주거 실태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의미 있는 행보입니다. 어쩌면 가장 취약한 주거 환경에 놓인 세입자들은 세입자114 같은 단체에 도움을 구할 여력조차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약과 제도가 먼저 그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당선된 서울시장이 누구든 세입자 114는 공약에서 소외된 세입자를 위한 정책과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참고_[좌담회] 2026 서울시장 후보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좌담회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