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3월 12일, 임차인의 퇴거 시 보증금 반환을 약속하고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잔여 보증금을 변제하지 않은 임대인의 사기 혐의에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임대인)은 2020년 9월 11일 임차인 퇴거 시 보증금의 일부를 우선 반환하고 나머지는 3일 후에 반환하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아냈지만,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본인의 다른 채무변제에 사용하였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잔여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피해자가 임차목적물의 반환을 거절하여 계속 점유할 권리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속아 피고인에게 점유를 이전한 것은 사기죄의 재산상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에 대한 사기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에 속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않고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피고인에게 이전하였더라도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며 이를 파기 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도1720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만약 이러한 판결이 보편화된다면 사회에서 더 많은 사기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은 시장경제체제에서 꼭 필요한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속아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한 경우 담보가치 상당액을 편취액으로 본 대법원 판례가 있으며(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도20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임대인에게 속아 임차인이 일시적으로 전출신고를 하여 우선변제권을 상실한 사건에서 우선변제금 상당액을 편취액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14. 10. 1. 선고 2014고단5785).
이에 세입자114는 임차인의 대항력, 우선변제권도 사기죄 객체이고, 점유권 상실로 구성할 것이 아니라 우선변제금 상당의 손해와 재산상의 이익으로 구성한다면, 우선변제금 상당의 편취액을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 사기죄를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며, 공판 검사가 파기 환송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행했습니다.